
[캠퍼스엔/구민정 기자]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5일에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역시나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나날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기생충>의 이러한 기세는 놀랍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시간으로 13일 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공개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최종 후보에도 역시나 <기생충>이 이름을 올렸다. 당초 예견되었던 국제 장편 영화상뿐만 아니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을 포함하여 최종 6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것은 상당히 놀라운 결과다.
1인치 언어의 장벽 깰 수 있을까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에 꾸준히 작품을 출품해왔으나 최종 후보에는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국제 장편 영화상 수상이 유력한 <기생충>이 만약 작품상까지 거머쥔다면 한국영화사뿐 아니라 오스카 역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그동안 외국어 영화, 즉 비(非)영어 권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오늘날 세계 영화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앞세워 비영어권 영화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도 안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은 더 많은 영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린 ‘시네마’라는 하나의 언어만 사용하니까요.” 라는 수상소감을 밝힌 바 있다. 다음 달 9일(현지시각)에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에 배타적인 할리우드가 어떤 영화에 작품상을 수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생충>을 비롯하여 영화제 45관왕에 빛나는 <벌새> 등 한국의 수많은 상업·독립영화가 보여준 놀라운 가능성은 한국영화 101주년을 맞이한 2020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앞으로 한국영화가 걷는 길에는 수많은 ‘처음’의 수식어가 따라붙을 것이다. 처음이라 더욱 기쁘고 당황스러운 순간들을 함께 맞이하며, 한국영화의 힘찬 도약에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2020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