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이맘때 쯤이면 매서운 추위 속에서 수 많은 이들이 염려하고 고대하던 날이 다가온다. 유독 이 날만 추운 것은 오늘까지만 잘 버텨보라는 하늘의 뜻일까. 하루라도 조용할 일이 없이 바쁜 대한민국의 하늘이 유독 조용한 날,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다.
혹여나 도로가 막혀 수험생들이 시험장에 늦지않을까 출근시간을 1시간 뒤로 늦추기도 하고 지각에 대비해 경찰차까지 대동하는 1년에 딱 한번있는 이례적인 날이기도 하다. 수험생들은 총성없는 전쟁터인 시험장에서 펜을 움켜쥐고 그간 공부했던 노력들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린다. 이러한 긴장감은 고사장을 넘어, 그들을 기다리고 응원하는 가족들에도 전해진다. 지난 1년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수험생 기간동안 수험생과 가족 모두는 이 설레이면서 걱정스러운 해방감을 느끼기위해 참고 또 참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능이라는 시험의 화제성이 워낙 높기때문에 정치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위에서 오고가는 말들이 수험생들에게는 치명적인 시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잊어서는 안되는 본질은 이 한 번의 시험으로 인해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빛을 볼 수도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9년 11월 14일, 이렇게 또 한 번의 수능은 막을 내렸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나를 돌이켜보고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갈 인생의 제 2막이 열릴 차례이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좌절감과 우울함에 빠져있지 않았으면 한다. 이 시험이 여태껏 살아온 인생의 전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고생했던 스스로를 위로하며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후배들의 찬란한 미래를 응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