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이승현 기자] 2007년 대선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반값등록금 공약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높은 학자금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반값등록금은 선거의 단골공약으로 떠올랐고, 문재인 정부의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대에서 실패한 반값등록금 정책을 국가장학금 확충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기 절반을 넘긴 지금, 현 정부 역시 포퓰리즘 공약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21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등록금의 현재와 넘어야할 산들을 짚어보려 한다.
‘이젠 등록금 올리겠다’는 사립대학
지난해 11월 전국 153개 4년제 사립대학교 총장 모임은 등록금 인상을 결의했다. 등록금이 몇 년째 동결되어 학교 재정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 2018년 기준으로 사립대학 교비회계[1]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53.8%로 등록금이 주 수입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수입 재원의 편중이지 등록금의 동결이 아니다. 박경미 의원실에서 발간한 <서울지역 사립대학 진단>을 보면, 2018년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의 법인전입금[2] 비율은 2.1%에 불과하고 이외 대학도 4.1%에 지나지 않는다. 사립학교 교직원법에 따르면 법인전입금은 교직원의 법정부담금을 충당해야 하지만 최근 5년간 법인이 부담한 액수는 절반에 머무르고 있다. 학교법인이 부담할 수 없을 때 부족한 액수만큼 교비회계에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대학은 이에 관해서 법인에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으며, 등록금 인상이 유일한 답이라도 되는 듯 재정 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공약 이행까지 갈 길 먼 정부
대학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을 외치는 상황에서 정부는 인상은 불가하다는 지침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정부가 추진한 반값등록금 정책은 소득수준에 차등을 두어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2012년 도입된 국가장학금 제도는 학생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었다는 긍정적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당초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고지서상 반값등록금 공약과는 거리가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한 인터뷰에서 국가장학금이 좋은 제도임을 인정하면서도 "소득 9분위, 10분위 구간 대학생들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며 "평점 B 이상을 받아야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하는 언제쯤…
지지부진한 정책과 높은 등록금에 지쳐가는 건 학생들이다. 전국 33개 대학 총학생회 모임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이하 전대넷)는 1월 10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 예산 확충, 법인 부담 강화 등으로 고지서상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대넷은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 후에도 학자금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해 학자금 대출 총액이 1조 달하며 대출을 받은 대학생 수가 .”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립대학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등록금 동결 정책 이후 소폭 내려앉은 순위지만 학생들의 부담은 여전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은 2019년 기준 OECD 국가 1위인 68%를 기록하였다. 청년 정책에서 대학과 등록금 문제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 대부분의 등록금 정책은 20대 표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선심성 공약 혹은 미끼에 불과했다. 말로는 반값등록금이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전체의 1/3에 지나지 않고, 사립대학 연평균 등록금은 약 745만원에 달한다. 졸업 후 빚쟁이가 되어버리는 현실에서 등록금 인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를 위해서 대학들의 수입 구조 개편과 함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금전적인 제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탐구하고 학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반값등록금은 그 시작이 되어야 한다.
[1] 수입과 지출을 운영하는 회계로, 일반적인 사립대학 예결산을 말한다.
[2] 법인이 사립학교 운영에 투자, 지원하는 금액으로 사립학교법, 대학설립운영에 따라 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