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 = 한아름 기자] 코로나19의 사태에서 과연 이번 21대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전투표로 그것을 증명했다. 전국평균 사전투표율은 26.69%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것은 지난 20대 총선의 12.2%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이다.
그만큼 우리 유권자들의 주권의식이 강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전남은 35.8%로 가장 많은 사전투표를 했고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곳은 대구광역시(23.6%)였다.
아무래도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대구에서는 감염의 우려로 유권자들이 많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코로나19로 분산 투표를 하기 위한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 본 투표 날의 투표율은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전투표소의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이번에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사전투표소를 들어가기 전에 손 소독제를 바르고 열을 쟀다. 그리고 상대방과 최소 1m 이상의 거리두기를 실시하며 비닐장갑까지 착용했다. 나는 비닐장갑 때문에 손이 미끄러져 하마터면 다른 정당에 투표할 뻔했다. 투표용지를 받기 전에는 마스크에 습기가 차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심지어는 실수로 사전투표장소와 본 투표 장소를 혼동해서 투표소를 옮겨 다녔다. 하지만 이러한 수고로움을 다 감안하고도 투표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투표하는 우리 모두가 이번에는 그런 가치를 느꼈다고 생각한다.
한편 투표를 하러 온 유권자 중 열이 37.5도가 넘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밖에 준비된 임시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해놨다. 이러한 배려 역시 국민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귀하게 생각하는 이번 정부의 세심한 방안이었다. 이번 총선에는 위성정당이 늘어나고 여러 정당이 난립하면서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48.1cm나 됐다.
나는 처음 보는 긴 투표용지와 여러 정당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정당들의 이름도 비슷해서 내가 지지하려는 정당이 꽤 헷갈렸었다. 다른 유권자들도 비례대표 투표용지 때문에 대체로 혼란스러웠다는 평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격리 중인 ‘자가 격리자’를 위한 투표방침도 있었다. 2020년 4월 14일까지 투표 의사를 밝힌 자에 한해서 15일에 기침, 발열이 없으면 15일 오후 5시 20분부터 7시까지 투표를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자가 격리자는 ‘자가 격리 앱(앱이 없다면 이메일이나 전화로 담당 공무원에게 통보해야 함.)’으로 담당 공무원에게 투표소로 출발한다고 말한 뒤 반드시 마스크를 끼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만약에 이동동선에서 밖으로 나간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서 조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자가 격리자가 적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공무원과 자가 격리자를 1대 1로 배치하여 투표를 할 수 있게 돕겠다고 했다. 이러한 협조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들의 안전하고 위대한 선거가 진행되었다.
한편 광주광역시의 한 사전선거 투표소에서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투표사무원을 폭행한 A 씨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A 씨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열을 재고 마스크를 벗는 과정에 투표사무원과 마찰을 빚었다.
이후 투표용지를 받아 그것을 찢고 절반은 투표함에 절반은 투표소에 뿌리며 투표사무원을 밀치는 기행을 저질렀다. 투표용지를 찢은 것에 대해 선관위 직원이 조사하자 그 직원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선관위 조사를 받은 후 다시 투표소에 술병을 들고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는 것이다. 곧이어 경찰이 출동했고, 그곳에서 A 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선거방해 사범 무관용 원칙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재범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사무원을 폭행하거나 투표지를 훼손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당연히 투표 장소에서 난동을 부리면 안 되지만 무거운 처벌을 생각하며 더욱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많은 외신도 우리나라의 선거를 주목하고 본보기로 삼고 있다. 나의 이기적인 생각이 우리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 놓은 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의 저력은 우리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이렇게 자랑스럽고 안심됐던 적이 없었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이미 우리는 선진국이며 시민의식도 남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으므로 자만하지 말고 계속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생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