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 = 장정윤 기자] 지난 15일 진행된 제21대 총선(국회의원 선거)은 역사상 최초로 만 18세부터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다. 2019년 12월 27일에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됐기 때문이다.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한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없는 미성숙한 존재라는 주장에 반대한다. 그들이 미성숙하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는 데다, 청소년기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민주시민으로서 자신만의 소신이 생긴다는 것이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한 사람들의 요지이다.
확실히 사회가 현대화되고 인터넷 등의 각종 매체가 발달하면서 오늘날의 청소년은 예전과 같지 않아졌다. 그들은 이미 SNS 등의 여러 통로를 통해 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사회 현안에 대해 성인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사회 역시 선거연령 하향 조정으로 그들의 지위를 인정해주었고, 10대에게도 참정권을 쥐여 주었다.
그러나 참정권이라는 ‘권리’가 생긴다는 것은 동시에 ‘책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청소년에게 주어진 만큼, 그들에게 가해지는 책임 역시 이에 비례하여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는 과연 합당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을까?
중학교 2학년인 남학생들이 같은 학년의 여중생을 성폭행한 ‘인천 여중생 성폭행 사건’,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감금시키고 폭행, 성희롱한 ‘칠곡 감금폭행 사건’ 등 현실에는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수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위 사건의 가해자들은 모두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으며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소년보호처분’이란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를 선도하기 위해 행하는 처분으로, 이 처분을 받으면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전과기록이 따로 남지 않는다.
최근에 발생한 ‘n번방 사건’의 가해자 A군 역시 박사방에서 ‘태평양’으로 불리며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했지만, 16세 학생이기 때문에 ‘소년법’을 적용받아 같은 죄를 저지른 성인에 비해 훨씬 낮은 형량을 받을 예정이다.
이처럼 청소년에게 주어진 사회에서의 권리는 커졌지만, 그들의 책임이 과연 이에 비례하여 증가했는지는 의문이다. 청소년들이 미성숙하지 않다며 우리 사회는 선거연령을 하향했지만, 청소년범죄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미성숙함을 근거로 그들을 보호한다. ‘아직 어리니까..’,‘주변 환경 때문에..’ 등등. 그들보다 어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법의 잣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권리와 책임의 무게가 과연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한번 돌이켜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