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드물다. 드나드는 것은 열린 창문을 통한 바깥 공기뿐, 집 안에서의 생활이 끝없이 이어진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쉽게 볼 수 있게 된 모습이다. 사람들을 만나지도, 특별한 공부나 일을 하지도 않고,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하지 않고, 학원이나 학교에 가지도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르고 무의미한 하루. 문득 스치는 불안감이 있다.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가끔 ‘알차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릴 때가 있다. 나쁜 생각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는 노력은 높이 살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꾸로 그 생각에 잡아먹힐 때 발생한다. 특히나 21세기의 우리는, 그중에서도 21세기의 한국을 살고 있는 우리는 쉬운 먹잇감이다. 어딜 보나 바쁘게 사는 사람들, 자기계발과 사회적 성공, 그 어떤 무언가를 열심히 해내고 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런 사람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소중한 젊음과 금 같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뭐든 하고 싶고, 해야만 할 것 같다.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은 21세기의 우리들에게 일종의 두려움이 된다.
한국인이 일중독의 DNA를 안고 있다고 한다. 이것에는 경제적 이유, 사회적 이유, 감정적 이유가 손꼽힌다.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면 돈도, 인정도, 자기만족도 멀어지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예시를 들자면 우리는 여행조차 여유롭게 하지 못한다. 사진을 남겨야 하고, 꼭 이러저러한 맛집과 관광지를 들러야 하며, 하루라도 낭비하면 안된다. 말 그대로 ‘알찬 여행’을 해야 한다. 물론 모든 우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우리 중 많은 이가 그렇다.
어떤 이들은 비생산적으로 마친 하루를 돌아보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혹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늘상 쉬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날과 맞닥뜨리면 어색하다. 하루 이틀 정도는 넘치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어도, 일주일, 열흘, 한 달처럼 휴식이 길어질수록 마음 한 켠에는 기시감이 자리한다. 여유를 온전히 여유롭게 즐기지 못한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날들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기꺼이 여유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마음에도 맞지 않는 휴식을 강제로 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충분히 여유로울 권리가 있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을 불안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그 자체로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그래도 불안감이 달래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다음 일과 부지런한 일상을 위한 잠깐의 휴식이자 동력이 되어줄 것이고, 자신도 모르게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자.
조금 비생산적이고,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도 그렇지 않다는 점을 새겨두자.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 시기는 언젠간 돌아온다. 그 시기에 우리는 얼마나 휴식과 여유를 갈구하는지. 우리 모두가 그럴 수 있을 때, 진정으로 여유를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