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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이제는 마주해야 할 때

그동안 애써 외면해 온 베트남 전쟁의 민낯

 

1945년 8월 15일.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광복절’이라는 날.
하지만 같은 날 독립을 맞이한 하나의 나라가 더 있다. 한국과 굉장히 닮았다고 소문이 난 ‘베트남’이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같은 날 독립이 된 나라. 독립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각각의 정부를 수립한 나라. 이러한 수식어들은 베트남과 한국에 모두 적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식어들보다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베트남 전쟁’이다.

 

6.25전쟁의 여파로 경제개발이 절실히 필요했던 우리나라에게 베트남 전쟁은 마치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베트남 전쟁을 치르는 8년동안 한국은 1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벌 수 있었고, 그 돈은 먼 훗날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았다. 이득을 본 건 일부 고위관료들이었을 뿐,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용사들은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받거나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여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베트남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방식으로 미화되었다. 전쟁에서 상대국 군인을 죽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처사지만, 민간인 학살이나 성폭행은 별개의 문제이다. 빈호아 학살, 하미마을, 퐁넛마을 학살 등 전쟁 중에 한국군은 수백명에 달하는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증언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야 문제화되기 시작했다. 학살된 사람들 중에는 노인과 어린아이, 그리고 임산부도 있었다. 실제로 퐁넛 마을의 민간인 학살 생존자인 ‘응우옌티안’씨는 2018년에 있었던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협정’에서 ‘한국군의 학살로 어머니,언니,남동생,이모,사촌동생까지 모두 다섯명의 가족을 잃었다’고 증언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어로 ‘라이따이한’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인 남성과 현지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상호동의 하에 라이따이한이 태어난 경우도 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한국군에 의한 일방적 성폭행으로 출생했다. 베트남 정부가 발간한 전쟁 보고서와 공식 문헌에는 ‘한국군이 현지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또한 영국의 한 시민단체인 ‘라이따이한에게 정의를(Justice for Lai Dai Han, JLDH)’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등지에는 한국군에 의한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베트남 여성이 약 800명가량 생존해 있다.

 

북베트남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자 라이따이한들은 ‘적군의 핏줄’로 불리며 많은 차별과 억압을 받아왔다. 라이따이한 중 한명인 ‘쩐 다이 낫(한국명 김상일)’씨는 “다섯 살 때부터 이웃과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며 가난과 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베트남 내부에서는 민간인 학살과 성폭행 등의 전쟁범죄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들의 불편한 목소리를 제대로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우리가 잊을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에겐 ‘베트남 전쟁’이 그러한 역사가 아니었을까.

 

베트남 전쟁의 화려한 외관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아픈 역사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기사를 마친다.

프로필 사진
장정윤 기자

서강대학교에 재학 중인 장정윤 기자입니다.
믿고 보실 수 있는, 사실만을 전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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