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달 7일 국무회의를 개최하여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 3건을 심의·의결하였다. 덧붙여 이번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에 대한 심의와 비준을 통해 한-EU FTA 분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준안 세 건 중 하나인 병역법 개정안의 골자는 보충역으로 판정받은 인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회복무 요원 및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인 보충역이 현역 복무를 원하는 경우에는 현역으로 병역처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현역․보충 역 복무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에 개정안의 의의가 있다.
즉, 정부는 현행 대체복무제를 최대한 유지하며 제 29호 협약에 대한 국제노동기구의 재판단을 이끌만한 묘안으로 병역법 개정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병역법 개정안의 내용과 방식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방식적인 측면에서 신체검사 당시 현역 복무에 부적합하다고 판정된 인원이 현역으로 복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보충역 판정인원의 현역복무에 따른 국방력 약화를 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와 유사하게 병을 징집하여 초과인원을 공기업과 사기업에 배치한 이집트와 터키의 경우에도 협약 위반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개정안의 내용이 시행된다 할지라도 본래의 목적인 협약 비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병역법 개정안이 목적에 정확히 부합하려면 보충역으로 판정된 인원에게 '사회복무 이행' 과 '병역의무 면제' 등의 선택지를 제공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해당 인원들의 선택에 따라 대체복무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의 소멸은 곧 국제노동기구의 긍정적 판단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사회복무 대신 현역복무를 선택할 사람은 미미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병역법 개정안은 보충역 대상자의 적극적 자유를 보장한다고 보기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병역의무 이행관련 선택지의 재개편을 통해 보충역 대상자들의 적극적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국제노동기구에 우리 정부의 협약 비준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천명해야한다. 이를 통해 유럽연합과의 무역리스크 감소와 강제노동 철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