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성 소수자와 관련한 단어들이 올라왔다. 코로나19 66번째 확진자의 동선을 알린 기사에 언급됐기 때문이다.
용인66번째 확진자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은 지난 6일 확인됐다. 그의 감염 사실이 알려진 후,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클럽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가 지난 2일 클럽에 다녀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현재 해당 글은 내려진 상태다. 하지만 이후 일부 언론에서 해당 클럽을 ‘게이클럽’이라고 지칭하는 기사를 썼고, 온라인에는 그의 성 정체성을 추측하고 비방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언론사는 기사 업로드 7시간 만에 게이클럽이라는 표현을 유명 클럽이라고 수정했지만, 그 사이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기사 정보를 넘어서 게이클럽 같은 성적 지향을 부각한 기사들이 71건이나 나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해당 기사에는 확진자의 나이와 지역, 동선 뿐만 아니라 직장의 위치와 직종이 공개됐다. 방역정보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확진자가 지나간 장소를 게이클럽으로 굳이 명명하면서 상호까지 공개했다”며 “지자체가 공개하지 않은 정보를 굳이 단독취재인 양 보도하면서 확진자의 동선을 전시하고 아웃팅한 언론의 보도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혐오선동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현재 상황에서 확진자의 동선 공개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감염병 예방법에도 필요한 경우에는 최소 한도 내에서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 있게 돼 있다. 확진자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잘 파악이 안됐을 때는 상호명까지 밝히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업소가 어떤 성적 지향의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인지까지는 전혀 필요한 정보가 아니다. 그냥 ‘이태원의 한 클럽’이라고 쓰면 되었을 것을 굳이 ‘게이클럽’이라고 밝힐 필요는 전혀 없었다.
심지어 문제는 이런 기사가 방역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방역에 초점을 두어야하는 시점에 엉뚱하게 그의 성 정체성과 관련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언론의 지나친 보도 때문에 원치 않게 강제로 성적지향이 공개되어 한 순간에 비판의 대상자가 된 사람들은 방역에 협조하고 나서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그들의 불안과 공포를 조성해서 방역망 밖으로 숨어들게 할 뿐이다.
확진자들에게는 동선공개와 보도만으로도 충분히 차별과 낙인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제외하고 오직 ‘방역’만을 위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언론인들 역시 신중한 보도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기사를 통해 나 또한 기사를 쓰는 입장으로써, 기사에 쓰이는 표현 하나하나의 무게를 절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