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 = 한아름 기자] 2020년 2월 16일에 강릉원주대학교 에브리타임에 한 글이 올라왔다. A라는 사람이 글쓴이에게 익명의 쪽지를 보냈고 성별과 캠퍼스를 물어본 뒤 갑자기 오픈 채팅으로 대화하자며 링크를 보낸 것이다. 그 이후의 대화 내용은 충격이었다.
A라는 사람은 글쓴이에게 FWB(Friends with benefit의 약자로 친구처럼 지내면서 성관계까지 하는 관계)을 요구하며 글쓴이를 불쾌하게 했다. 글쓴이가 계속 거절의 표시를 했음에도 끈질기게 요구하던 A는 글쓴이가 강력하게 주의를 주자 그제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글을 두고 학우들의 논쟁이 뜨거웠다. 댓글에는 ‘에타 실명제 하자.’, ‘저 사람한테 저도 쪽지가 왔었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무엇보다 심각했던 것은 ‘한남(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말)’ ‘한녀(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말)’ ‘꼴페미(꼴통스럽다의 ’꼴‘과 페미니즘의 합성어)’등 성별 갈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단어와 타인을 심하게 깎아내리는 표현들이 난무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얼마나 무분별하게 성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단어들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단편적인 예이다. 애초에 성별 갈등을 유발할만한 소재가 아니었음에도 그 밑에 달리는 댓글에는 성별 갈등적인 요소가 있는 단어투성이다.
필자는 이전에도 이러한 양상을 보인 뉴스 댓글이나 SNS 댓글을 보면서 ‘왜 저런 혐오적인 표현을 쓰는 것인가?’하고 지쳐있었다.
그 와중에 강릉원주대학교 커뮤니티에도 저런 댓글이 난무한다는 사실을 알고 답답한 마음에 ‘성별 갈등’에 대한 책을 사서 읽어봤다.
바로 ‘나의 첫 젠더 수업(김고연주 저)’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색깔에 대한 우리들의 뿌리 깊은 인식부터, 미스코리아 대회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와 ‘수평 폭력(같은 처지인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폭력표출)’에 대한 고찰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작가는 혐오 표현에 대한 공감이 청소년 시기부터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책에 따르면 남자 청소년은 66%, 여자 청소년은 22%가 혐오 표현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또한 지나친 여성 위주의 정책으로 남성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내용에 남자 청소년들이 많이 동의(5점 만점의 평균 3.89점)했다는 결과도 알려주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한 가지 힌트는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성 역할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남자는 울면 안 된다.’ ‘남자는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 ‘남자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라는 표현이 남성들의 스트레스를 올리고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에 대한 불만이 여성에게 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수평 폭력’으로 같은 처지인 사람들에게 오히려 불만과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같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관계이다. 서로를 욕하고 비난하면서 성별 비하용으로 댓글 살인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성별 혐오의 표현으로 상대방의 신경을 자극하고 건드리면서 본인이 우월하다는 잠시의 쾌감을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의 쾌감일 뿐 근본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고 본인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인터넷이지만 그 의견이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서 자판을 두드리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