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 = 김송현 기자] 지난달 9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나라가 들썩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언론사는 앞다퉈 N번방 중 박사방의 운영자인 조주빈이 검거됐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한동안 사람들의 화두는 모두 N번방의 실체였다.
국민들의 분노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N번방 용의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은 지난 3일을 기준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다. 미성년자를 포함해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가해자의 신변을 보호해선 안 된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인 것이다.
사실 N번방의 성착취는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7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최한 ‘탐사·심층·르포 취재물’ 공모전에서 ‘추적단 불꽃’이란 이름으로 참가한 대학생들이 N번방의 성 착취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후 11월 한겨레에서 단독 보도한 내용이 SNS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한겨레의 보도가 있기 전까지 다른 언론사들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침묵했다.
미디어 이론 중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이 있다. 언론이 중요하게 다루는 이슈는 국민들도 중요하게 인식하고 언론이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면 중요한 이슈임에도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해 4월 공고에서 “수상작은 뉴스통신진흥회 홈페이지, 연합뉴스 등 매체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수상작이었던 N번방 보도의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N번방 취재 기사는 한겨레의 기획면에 보도됐다. 그 와중에 다른 언론사들은 아무도 N번방을 보도하지 않았다. N번방 중 ‘박사방’의 피해자는 그 사이 더 증가했기 때문에 언론사들의 후속 보도가 잇따랐다면 최소한 ‘박사방’의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언론은 이 사건을 조용히 넘겨선 안 되며 무책임한 보도 행태를 반성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그동안 언론이 조명하지 않아 이렇게 수면 아래 가려진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내가 N번방에 있었는데,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어” 이것이 바로 N번방에 있던 26만 명의 가입자들을 처벌해야 할 이유다. 가면을 쓴 가입자들이 여전히 사회에서 살아간다면 앞으로는 N번방보다 더 극악무도한 사건이 터져 나올 수 있다.
N번방 ‘사건’에는 이미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하지만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N번방의 처벌, 그리고 예방책의 취재 열기는 ‘사건’을 보도했던 당시와 같지 않다. 언론은 이제라도 아젠다 세팅의 책임감을 가지고 미래의 또 다른 피해자를 막을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