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이수현 기자] 지난 1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성 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마감일인 2월 1일까지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돌파해 현재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대체 'n번방 사건'이 무엇이기에 국제 공조 수사까지 요청하는 것일까.
n번방이란 피해자의 신상 정보와 성 착취물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설된 텔레그램 비밀방을 말한다. 텔레그램은 독일의 Telegram Messenger LLP 사가 개발 및 운영 중인 오픈소스 인터넷 모바일 메신저이다. 이 ‘n번방 사건’에 있어서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텔레그램 비밀방 상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성범죄이다.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 및 성 착취물을 획득하고 퍼뜨리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트위터 계정으로 해킹 코드를 보낸다. 피해자가 코드에 접속하여 로그인을 하면 해당 트위터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가해자에게 전송된다. 가해자는 해킹된 피해자의 트위터 계정에 들어가 등록된 전화번호, 이메일, 거주지 등을 확보한다. 그 뒤, 가해자는 경찰로 사칭하여 피해자에게 신상 정보를 퍼뜨린다고 협박하며 가학적인 성관계, 변태적 행위, 고문 등의 내용으로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강요한다. 가해자는 텔레그램에 비밀방을 개설하여 피해자의 신상 정보와 성 착취물을 공유하고, 이를 블로그에 실시간으로 홍보한다. 가해자는 홍보를 보고 연락을 하는 이에게 문화상품권, 기프티콘, 현금 등을 받고, n번방의 링크를 공유한다.
지난 2019년에 불법 촬영 영상물과 관련한 웹하드 카르텔, 유명 연예인들의 단체 채팅방 불법 촬영 영상 공유 사건 등 여러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후에 다행히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졌고, 웹하드 카르텔 또한 붕괴되어 이 문제는 잠잠해질 줄만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디지털 성범죄는 ‘텔레그램’이라는 벽 뒤에 숨은 채 만연히 퍼져 있었던 것이다.
이 n번방 사건을 수사하는 데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성 착취물 공유가 독일 즉, 외국 사이트 상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외국 사이트에서 디지털 범죄가 발생하면 국내 경찰이 수사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텔레그램은 강력한 보안 체계를 갖추고 있어 수사에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독일과의 국제 공조 수사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며, 피해자 중에는 성인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신상 정보와 성 착취물이 퍼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또한 이로 인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관심과 주의가 각별히 필요하다. 현재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넘어 국회 동의 청원까지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난 1월 27일 국회사무처는 접수 요건을 충족한 첫 번째 청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러한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을 하지 않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보지 않는다면 디지털 성범죄는 서서히 줄어갈 것이며 더 이상의 피해자 또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하며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가 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