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엔/박형준 기자] 현지시간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01년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4관왕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 중에서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는 역사적 순간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대한민국에는 충무로라는 곳이 있다."라며 "그곳(충무로)의 필름메이커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라는 소감과 함께 기쁨을 만끽했다.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계 최초의 기록으로, '아시아인은 안 된다.'는 편견을 일거에 날려버린 시원한 한 방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 폐막식에 등장한 그룹 비틀스의 존 레넌이 전광판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세상에 작별을 고한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경기장의 관중들은 마치 실황 공연을 관람하듯 말 그대로 '떼창'을 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추모를 대신했다. 이어 등장한 뮤즈와 오아시스, 그리고 깜짝 등장한 스파이스 걸스 등 영국의 '문화의 힘'에 전 세계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2018년 10월 31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과 동시에 관객들, 특히 전설적인 그룹 퀸의 팬덤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장으로 작용했다. 비록 천만 관객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에 시선을 빼앗겼고, 영화 속 공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열광했다.
퀸과 비틀스, 영국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두 그룹이 그 위용을 뽐낸 성지(聖地)와도 같은 바로 그 웸블리에서 우리나라 가수 최초로 라이브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한 방탄소년단을 보며 외신은 "비틀스를 뛰어넘는 성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나 하면 공연을 관람하러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입국심사 과정에서 한국인이 'BT21' 상품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본 후 신속하게 처리해 줬다는 전언이 있을 정도였다. 2012년 선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이어 또 하나의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됐다.
과거 우리는 전 세계에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이나 인물이 등장하면 '언젠가 우리도 저런 스타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오늘로써 그 걱정은 더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축구의 '차붐(차범근)'과 '소니(손흥민)', 가요계의 '강남스타일(싸이)'과 '아미(방탄소년단)', 그리고 영화계의 '기생충(봉준호)'까지. 이 외에도 수많은 '월드 스타'를 보유한 대한민국에 이제 "기생충의 나라", 혹은 "봉준호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추가된다. 이 짧고 명료한 단어로 우리나라를 설명할 수 있고 엄연히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 강국'의 반열에 당당히 오른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충무로에서 또 어떤 작품이 세계인의 찬사를 받게 될지 지켜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