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엔/김태민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한국 영화로는 최초 수상이며,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탄 것도 92년 오스카 역사상 최초이다. 외국어 영화로는 2003년 ‘그녀에게’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 만의 수상이다.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들은 보통 ‘어렵다’ 또는 ‘하드코어다’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영화 기생충은 주변 후기나 평이 좋아서 몇 가지 포인트를 독자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
첫 번째로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자본주의 사회의 ‘하층민’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반지하에 살면서 피자박스를 접어 생계를 이어가며 남의 집 와이파이를 훔쳐 쓰는 삶과 박사장(이선균)네 가족에게 들키지 않으려 바퀴벌레처럼 집안 곳곳에 숨는 모습은 영락없는 벌레, 그 자체의 모습이다.
두 번째로는 ‘계단’이다.
이 영화에서 계단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을 수직적으로 나타내는 장치이다.
높은 곳은 이선균의 저택(부자동네)을 나타내며 낮은 곳은 하층민의 동네 즉 반지하를 나타낸다. 극심한 빈부격차를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관객들에게 강한 기억을 남겨준다.
세 번째로는 '짜파구리'이다.
색다른 방식으로 '짜파구리'를 끓여먹는 박사장(이선균) 가족들의 모습은 빈부격차를 심화하여 보여준다. 서민음식인 '짜파구리'에 채끝살을 넣음으로써 '짜파구리'는 더 이상 서민음식이 아니게 된다.
웃프게도 '채끝살 짜파구리'는 값비싼 한우를 매번 라면에 곁들여 먹기 힘든 서민의 삶과 가장 맞닿아 있어 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냄새’이다.
박사장(이선균)의 막내아들 다송(정현준)이는 흘러가는 말로 기택(송강호)네 냄새가 모두 같다고 얘기한다. 이후 박사장 내외는 냄새로 기택을 평가하고 무시한다. 누군가의 냄새를 맡고 평가하고 묘사할 수 있는 것 또한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냄새를 통해 서로를 알아보고 경계하고 구분 짓는 모습은 동물 세계와 우리 사회가 닮아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기생충’은 빈부격차와 계급갈등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었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가 더욱 발전하여 이와 같이 명예로운 수상을 이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