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엔/한유진 기자] 최근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계 사상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기록하면서,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에 보내는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기생충>에 대해, 언어와 장벽을 뛰어넘는 '기생충 현상'이 발생하였다 언급하며,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을 극찬했다. 영화 <기생충>의 이와 같은 '아카데미 석권'은 가히 아시아계 영화계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의 각본상 수상은 아시아계 영화 최초 각본상 수상이다. 배우 산드라 오는 <기생충>의 각본상 수상에 기립박수를 치는 등, 한국계 배우로서 <기생충>의 수상을 축하했다. 비단 산드라 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시아계 배우와 감독들이 이번 <기생충> 수상에 대해 축하와 감동을 전했다. 이는 <기생충>이 그동안 서양 영화계에서 비교적 등한시되어왔던 아시아계 영화의 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생충>의 센세이셔널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시아계라는 이유만으로 서양 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오리엔탈리즘의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시는 미국인 방송인 존 밀러의 SNS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미국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전형적인 서양 우월주의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며, 동양의 것을 기본의 범주에서 벗어난 특이한 것으로 취급하는 오리엔탈리즘적 사고 또한 드러난다.
또한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자체가 오리엔탈리즘적 프레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 또한 일고 있다. 그 이유는, 이번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여태껏 아시아계 영화들의 존재에 대해 암묵적으로 묵인해 왔던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상식으로서의 체통을 지키고, 기준이 되는' 서양계 영화와 다른 아시아계 영화를 일부 수용하는 듯 보이려는 의도라고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섣부른 판단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여태껏의 아카데미가 아시아계 영화를 서양계 영화와 비교해 어떻게 차별대우 해왔는지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를 지니지 않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기생충>이 각본상과 감독상 등의 수상은 가능했지만 출연 배우들은 아무도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다는 데서도, 아카데미가 아시아계 영화를 서양계 영화와 아무런 차별 없이 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는 점점 더 인종 간 다양성과 평등을 추구하고 있으며, 영화계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서양 영화계 대부분은 여전히 오리엔탈리즘과 서양 우월주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부끄러워 할 일이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특별한 일이 아닌, 당연하고 평범한 일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