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이수현 기자]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언론을 접한다. 방송사의 뉴스는 물론이고 여러 포털사이트, SNS, 대중교통, 심지어는 승강기 안에서도 언론을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사실들에 대해 알게 되고, 그것은 우리 삶의 지표가 된다. 그만큼 우리의 생활에 언론이 끼치는 영향은 그 정도가 매우 크며 언론이 가지는 힘은 대단히 강하다.
그렇기에 언론은 더욱 정확하고 명확한 사실을 다뤄야 하며 여러 측면에서의 윤리를 지킬 것을 요구 받는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언론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인 라파엘 라시드는 ‘라파엘의 한국살이’라는 글에서 한국의 언론 보도는 ‘형편없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 언론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언론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윤리들이 있다. 이를 ‘언론 윤리’ 혹은 ‘미디어 윤리’라고 부른다. 이 언론 윤리에서는 진실의 추구, 사회 정의 지향, 인간적 연대 속의 자유, 그리고 인간 존중 등의 요소를 포함한다. 그중에서도 먼저 ‘진실의 추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라파엘 라시드는 몇몇 기사는 출처의 신뢰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출처가 모호하거나 익명 SNS가 출처인 것 등 신뢰를 할 수 있는 출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많은 기사에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등 어떤 기관의 ‘관계자’에 의한 정보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관계자’라는 사람은 직접적으로 그 기관과 연관된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기사의 대상을 취재하는 기자 역시 관계자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기사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면 일명 ‘가짜 뉴스’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독자에게 매우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언론에서는 인간 존중의 측면도 매우 중요히 여겨져야 한다. 지난 2017년에 한 유명 연예인이 자살을 했던 일이 있었다. 이 일을 보도하는 기사들 가운데 몇몇 기사에는 그 연예인이 어느 장소에서 자살을 했는지, 어떤 도구를 이용해 어떤 방법으로 목숨을 끊었는지가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이는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자살한 유명인을 따라 모방 자살을 하는 ‘베르테르 현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또한, 취재원의 필요 이상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문제도 있다. 지난 1월 31일, 연합뉴스는 ‘우한 교민의 잠 못 드는 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우한 교민들의 숙소 내부를 클로즈업하여 촬영한 사진이었다. 일부 사진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는 인권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한, 기사의 내용을 과장하거나 또는 일부 내용만을 발췌하여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를 하는 것도 문제점이다.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린 독자들이 인터넷 기사를 클릭하면 그 제목에 비해 부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본문 혹은 제목의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는 본문을 마주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인터넷 신문이 주된 언론 매체가 된 현대사회에서 독자들의 이목을 끌고 조회 수를 높여 결국 높은 수익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을 의도한 것이다. 한국에는 수많은 언론 매체가 있기에 그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관심 경쟁을 하는 것은 언론의 질을 낮추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인터넷상에서 ‘기자’와 ‘쓰레기’가 합쳐진 ‘기레기’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단어에 대해 설명하자면, 허위 사실 혹은 지나치게 과장된 기사를 쓰는 등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기자를 일컫는 말이다. 참 굴욕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레기’라는 단어에는 국내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 또한 포함되어 있다.
그 옛날에는 언론인이 ‘지식인’의 대표자였다. 하지만 ‘기레기’라고 불리는 현재에는 과연 언론인이 진정한 지식인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모든 언론인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모두의 노력이 모여야 더 나은 한국 언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인들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기레기’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올바르고 공익적인 언론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