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 = 김지연 기자] ‘n번방 성착취 사건’이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수의 여성을 협박해서 얻은 성적 착취 영상물을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유포하는데, 이를 ‘n번방’이라 한다. 영상이 유포되는 방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n번방이라 부른다. ‘n번방’, ‘박사방’ 등과 같은 텔레그램에서 은폐돼 진행되는 비밀방은 확인된 것만 100개가 넘는다.
그중 하나였던 ‘박사방’의 운영자 ‘박사’는 미성년자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피해자들의 신상정보와 함께 유포했다. 운영자였던 ‘박사’로 알려진 조주빈은 3월 16일 경찰에 체포되었고 19일 구속되었다. 경찰은 3월 25일 오전 8시경 조주빈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하면서 포토라인에 세워 얼굴을 공개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순식간에 각각 190만명, 260만명 이상이 서명해 현재 400만 동의를 넘어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텔레그램 아동.청소년 성노예 사건 철저한 수사 및 처벌 촉구>, <텔레그램 n번방 단톡참여자 신상공개 및 강력한 처벌>, <n번방 사건의 특별법 제정 촉구>등 가해자들의 처벌에 대한 청원이 올라올 만큼 국민들은 이 사건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성적 착취와 관련된 디지털 성범죄는 매년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이번 ‘n번방 사건’은 지난해 초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성범죄, 일명 ‘버닝썬 게이트’를 연상시킨다. 버닝썬 사태는 아이돌 그룹 빅뱅 출신 승리가 클럽을 운영하며 여성들에게 조직적으로 약물을 먹여 강간하고 촬영, 공유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건을 말한다. 그러나 사건은 두 차례 구속 영장을 피한 승리가 군대에 입대하며 마무리됐다.
범죄가 범죄로 잊혀지고 있다. 이번 ‘n번방 사건’ 역시 그 실체가 드러나기까지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9월 대학생 기자단 ‘추적단 불꽃’이 최초로 보도하였지만 경찰의 태도는 차가웠다. 언론 역시 크게 주목하지 않았고 결국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8개월이 지난 올해 3월 초, 드디어 여론의 관심이 시작되었다.
사이버 공간이라는 플랫폼이 발전하며 이와 관련된 범죄 또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을 상대로한 성범죄는 사회의 방관 속에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26만명이라는 수로 불어났다. 피해자들은 많았으나 가해자들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만약 이번 'n번방 사건'의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뛰어넘는 범죄가 발생할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모두가 끝까지 목소리를 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