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 = 신소린 기자] 위 사진 속에 쓰인 ‘HUMAN RIGHTS’은 ‘인권’으로 해석된다. ‘Human’은 인간을 의미하고, Rights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정당한’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인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정당한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이 최근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이어지면서 재조명된 이유는 무엇일까?
● 위험사회에서 발현된 전염병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거와는 다르게 불가시적인 위협에 둘러싸여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점차 진화하는 사회는 이전에는 없었던 사이버 범죄, 방사능을 비롯한 유해물질의 발견 등의 각종 위험이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는 항상적인 불안감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위험사회’로 변모하게 되었다. 특히 현재에 가장 문제가 되는 위험은 바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은 2020년 2월 12일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로 약칭 ‘코로나19’라고 불린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견된 사람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급성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아직 정확한 감염원이나 감염경로, 잠복기 등은 조사 중인 상태이다. 이러한 코로나19는 치사율은 사스나 메르스 등의 전염병과 비교했을 때는 낮은 편이지만, 기저질환을 앓거나 면역력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이다. 또, 전염성이 굉장히 높아서 약간의 비말 접촉만으로도 전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므로 위험성이 높다.
이처럼 불가시적인 전염병은 대처 방법이 제한적이고, 회피할 수가 없어서 우리 사회에 심각한 위험이 된다. 이에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지식에 의존하여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한다.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전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최대한 외출을 자제한다. 집회와 같은 단체 활동을 줄이고, 타인과의 접촉을 피한다. 일부는 자가격리를 하면서 이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몇 개월째 이어지는 국가의 비상사태는 사람들을 지치게 했고, 위험에 대한 인지의 한계선을 낮추었다. 즉, 오랫동안 폐쇄된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위험에 대한 불안감보다도 현재의 생계유지와 자유로운 생활을 우선시하게 된 것이다. 마스크 품귀현상과 더불어 일상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행동은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를 다시금 일으키는 단초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권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 코로나19가 재조명한 인권
코로나19가 발병한 초기에는 잘 막아냈던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 집단 감염 증세가 나타나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상승하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지역 사회 감염을 우려하던 시민들은 일부 지역을 폐쇄해야 한다거나 자가격리자의 통제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 또한 불가시적인 위험 속에서 나타난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으며, 이에 ‘인권 문제’ 또한 뒤따르게 되었다.
먼저, ‘확진자의 신상과 사생활 침해’의 문제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한 만큼 확진자의 이동 경로 파악이 중요하다. 이동 경로를 파악함으로써 해당 건물 소독과 접촉자 확인 등 전염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이동 경로를 밝히게 되었을 경우 확진자의 신상이 유추되며,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확진자들은 감염만큼이나 신상털이가 무섭다며 호소하기도 한다. 신상이 밝혀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감을 덜어내기 위해 특정 대상을 ‘희생양’으로 삼아서 비난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위험 요인을 외면하고 내뱉은 비난은 사람들을 공포에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이는 확진자들이 ‘인권 침해’라는 피해를 보게 했다. 인터넷에서 댓글 창이 닫히게 된 이유도 자신의 의견이라는 말 속에 끝없는 비난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단순히 비난이라는 이름으로 죄없는 피해자들을 만들어서는 안 될것이다. 이는 세계인권선언서 제12조에 명시된 “개인의 프라이버시, 가족, 주택, 통신에 대해 타인이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되며, 어느 누구의 명예와 평판에 대해서도 타인이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시민들 또한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도 ‘인권 침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이는 세계인권선언서 제3조에 명시된 “모든 사람은 자기 생명을 지킬 권리, 자유를 누릴 권리, 그리고 자신의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다.”라는 내용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는 각자의 인권을 주장하며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과정에서 기본권의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두 의견 모두 인권이라는 기본권을 주장했지만, 이런 경우는 후자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판단된다. ‘헌법 제37조 ②’안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즉, 사생활 침해라는 이동 경로 확인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부 제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 만큼 신상 공개 요구나 비난 여론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이동 경로의 공개는 허용하되 그 외의 부분에서는 확진자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갈등의 절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자가격리 대상자와 능동 감시 대상자의 이동제한’문제이다. 격리자는 시설 격리자인 확진자 이외에도 자가격리 대상자와 능동 감시 대상자로 나뉜다. 자가격리 대상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한 상태로 증상은 나타나지 않지만, 외부 활동은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능동 감시 대상자는 일반 접촉자로 분류되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외부 활동도 가능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 침해 문제로 거론되는 경우는 ‘이동제한’에 대해서이다.
자가격리 대상자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의 감염 상태조차 알 수가 없다.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곧 증상 발현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증상이 없어도 잠복기 상태일 수 있는 능동 감시 대상자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2주 동안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이동이 제한되는 것은 세계인권선언문 제13조에 명시된 “모든 사람은 자기 영토 안에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다”라는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지역 사회 감염을 우려하는 시민들 또한 세계인권선언문 제3조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가격리 대상자나 능동 감시 대상자는 자체적으로 이동을 자제해야 하므로 일반 시민들은 그들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조치와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또한 앞서 설명했던 ‘헌법 제37조 ②’에 의해 해결된다.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코로나3법’에 의하면 감염병 의심 환자가 검사를 거부하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그리고 자가격리나 입원 치료 조치를 위반했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수 있다. 코로나3법은 자신의 자유만을 추구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을 제한하는 법률로써 인권 보호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본권이 충돌했을 때, 헌법에서는 국민의 안전 보장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한쪽의 기본권으로만 치우쳐지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권리를 지키는 선에서 약간의 제한이 있는 것으로 기본권의 충돌이 ‘인권 침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상황을 제외하고도 손님에게 공포감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알바생이 마스크를 쓰지 못하게 하는 등의 인권 침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참고로 이는 자신의 안전을 지킬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것으로 인권 침해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의 기본권인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확산되는 추세이다.
특히 이러한 ‘인권 문제’ 속에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에 인권을 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무심코 지나갔던 ‘인권’이 전염병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재조명된 것은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 함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우리 사회에서는 인권을 제대로 인지하여 침해를 방지하고,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법적 대안을 만드는 등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