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권예인 기자] 하루 동안 발행된 뉴스를 보면 성만 다른 수많은 ‘아무개 씨’를 만날 수 있다. 혹은 ‘A씨’ 등 각자 다른 알파벳의 인물도 볼 수 있다. ‘아무개’는 이름을 알 수 없거나, 공개되지 않은 사람을 지칭하는 명칭이다. 주로 한겨레 신문에서 익명 취재원을 관행적으로 일컫는 말로, 다른 신문사에서는 같은 의미로 ‘A씨’와 같은 지칭을 사용하곤 한다. 취재원은 주로 기자에게 기사 작성에 필요한 단서와 자료를 제공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 경우는 ‘청와대 핵심관계자’처럼 소속만 밝히는 경우와 ‘A씨’, ‘아무개 씨’처럼 어떠한 정보도 알 수 없게 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 따르면 회원은 비밀리에 정보를 취득했을 경우, 취재원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보도 내용이 기자에겐 활자 몇 자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취재원에겐 일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명 취재원의 잦은 사용은 저널리즘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문제로는 먼저, 기사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익명의 주어로 시작하여 ‘전해진다’와 같은 서술어로 끝내는 문장은 애매한 느낌을 준다. 미디어에서는 언론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투명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기사의 근거인 취재원이 익명으로 자주 등장한다면 언론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익명 취재원의 잦은 사용은 사회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취재원을 밝히지 않은 잘못된 내용의 기사를 다른 언론에서 그대로 인용한다면 오보가 확산된다. 안타까운 세월호 참사의 오보가 이와 같은 경우이다.

이러한 익명 취재원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는 팩트체크가 있다. 팩트체크는 보도 내용이 진실인지, 허위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한국에서도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많은 언론사들이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도입하였다. 오마이뉴스와 JTBC부터 MBC, KBS와 같은 방송사에서는 팩트체크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 최대의 팩트체크 센터도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는 2017년 ‘서울대학교 팩트체크(SNU FactCheck)’를 설립하고 주요 15개 언론사와 제휴하여 팩트체크를 해왔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1월 30일 기준 2만1986개의 언론사가 있다. 이에 비하면 팩트체크 검증 언론사 수는 아직 부족한 수치이다. 4회째 팩트체킹 인턴십을 주최하는 SNU 팩트체크 센터와 같이 언론사나 기업은 대개 아르바이트와 인턴십의 수단으로 팩트체크를 시행하곤 한다. 사내에 팩트체크 전담 직책이 있는 곳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언론사들은 모든 기사를 팩트체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한국 언론의 팩트체크는 체크 유무에만 집중하지 말고 개선해야 할 방향에 더욱 초점을 두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며 AI의 기능이 나날로 발전하고 있다. 저널리즘도 이에 따라 AI와 통계 전략을 사용하여 다량의 매체와 다량의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기사를 체크하고, 각 기사의 취재원을 확인해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취재 보도 원칙과 현대의 최신 기술이 만나면 저널리즘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저널리즘과 신뢰의 문제는 언제나 함께해야 할 부분이다. 권력의 감시자, 시민을 위한 저널리즘이 국민들에게 제 영향을 주기 위해선 신뢰를 꼭 갖춰야 한다. 익명의 취재원이 과도하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언론의 먹구름과 같다고 생각한다. ‘아무개 씨’가 꼭 필요한 곳에만 등장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 점점 사라지게 된다면 먹구름이 걷힌 우리 언론의 미래는 더욱더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