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차민준 기자] 몇일 전 일본 오키야마(岡山) 이과대 수의학부가 필기시험 전체 1등을 한 한국인 수험생에게 면접점수 0점을 부여해 탈락시켰다는 기사가 일본 주간지에 실렸다. 이에 오키야마 대학측은 일본인 중 0점을 받은 수험생도 있다며 한국인 학생이라 차별한 것이 아닌 일본어 회화능력에 문제가 있어 0점을 줬다고 설명했다.
일본어로 출제되는 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학생이 일본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다소 납득하기 힘들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 다만 옆나라에 일어난 불공정한 입시과정은 불현듯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를 떠올리게 한다.
"2020학년 키워드는 정시확대"
작년 11월 교육부는 큰 지각변동을 맞닥뜨렸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부정 입학 이슈가 붉어지면서 대입제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는 줄곧 “정시 확대보다는 학생부 종합전형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교육부와 엇박자를 탔다.
이에 교육부는 2022학년도부터 서울 주요 상위권대학이 정시 비율을 40%로 올릴 것을 권고했고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기준 등도 대학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또한 ‘2020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지난 달 25일 발표해 정시모집을 확대하고 대학입시 전형 공정성을 강화하는 대학에 총 7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삐그덕 거리는 수시제도"
교육 편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수시 제도는 스펙 쌓기라는 새로운 ‘부모 경쟁’이 생겨났고, 수많은 잡음을 내며 제도 개선의 노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수시제도는 여전히 금수저 자녀의 입학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시 제도는 입시 코디네이터에 입맛에 맞게 요리되고 있다. 즉 정시든 수시든 부모의 경제력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시 제도가 불공정하니 비율을 축소하자”라는 식의 문제해결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 다음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짜장면이 맛없다고 배달원에게 화내지 마라. 배달원은 서럽다. 핵심은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다. 수시제도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주어진 자원과 능력을 사용하는건 괜찮지만 문제는 특권을 이용해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제도의 틈 망을 파고들어 무위도식하려는 자들을 잡아내야 한다.
대입제도 개선 이전에 제도의 틈을 개구멍 삼아 들락거리는 자들을 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멍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어리석은 짓이다. 기회의 균등은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고 시시콜콜 제도를 바꿀 순 없다. 완벽한 제도는 있을 수 없고, 제도는 죄가 없다. 죄는 제도를 악용하는 인간에게 있다. 어제의 범죄를 봐주면, 아무리 제도를 고쳐도 특권에 구멍은 생겨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