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엔/장원식 기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겼던 신경영 선언이다. 기존의 관습과 경영 구조를 버리고 새로운 경영 혁신을 가져오자는 선언임과 동시에 시대의 변화에 따른 위기의식에서 나온 발언이었을 것이다.
이후 여러 언론매체에서 다뤄지게 되었고 결국 이 선언은 과감한 혁신을 요구하는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대사가 되었다. 2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전 세계는 글로벌화의 진행과 정보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속에서 기업들은 여전히 급변하는 불확실한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최근 어떠한 움직임으로 혁신을 가속하고 있을까? 불안한 시장 속 다양한 돌파구 중에서, 기업들은 산업구조 상 연쇄되어 발생하는 벨류체인에 대한 예측과 분석을 필두로 다양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중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은 인터넷 쇼핑을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몰이 크게 성장하게 되면서 이로 인해,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와 택배를 배달하는 택배사 역시 크게 성장했다.
나아가, 환경 규제로 인해 중국 정부가 폐지 수입을 금지하던 시기엔 과잉 공급으로 인해 폐지 가격이 급락했다. 이때 폐지를 가공해서 택배 상자를 만드는 골판지 제조 업체가 크게 성장했다. 최근엔, 전기자동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전기자동차의 핵심부품인 2차 전지와 관련된 수요 역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벨류체인에 대해 예측과 분석이 가능하다면, 이것은 산업구조에서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파악할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파악했다 하더라도 당장 새로운 사업을 구축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기업들은 기술과 지식의 교환, 그리고 상호보완적인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에 대해 주목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래의 수익구조를 찾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작년 10월 28일 SK텔레콤과 카카오는 3,0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해서 화제가 되었다. 카카오톡의 모바일 플랫폼과 SK텔레콤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해 고객과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늘려 5G 시대를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소유한 카카오톡 쇼핑하기와 SK텔레콤이 소유한 11번가의 협력, SK브로드밴드와 카카오의 연예기획사 사업의 협력으로 플랫폼과 디지털 콘텐츠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케미칼은 OCI와 제철 부산물을 활용한 화학에너지 사업에 전략적 제휴를 맺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공정에 사용하는 고순도 과산화수소와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기초소재를 생산한다는 목적이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과 네이버, 넷마블과 코웨이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하루하루가 어제 모르게 변화하는 요즈음이다. 과거에 우리는 물을 사 마시게 될지, 집에 공기청정기를 한 대씩 장만하게 될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말로만 그리던 상상들이 실현되고, 소설이 현재가 되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지만, 이러한 만남은 어쩌면 우리가 어렸을 때 보아왔던 공상 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실현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